치매를 아는 것에서 넘어, 치매를 극복할 수 있는 행동으로
김영선(경희대 친고령특성화대학원 노인학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Knowing is not enough, We Must Apply)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Willing is not enough; We Must Do)"
괴테의 유명한 명언입니다. 그러나 이 글은 2013년 미국 국립과학원 의학연구소(IOM; Institute of Medicine)이 건강정보이해능력(Health Literacy)를 높이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을 논의하는 워크샵에서 설정한 아젠다이기도 했습니다.
WHO(2013)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정보에 대한 이해능력(Health Literacy)은 단순히 건강관련 정보에 대한 지식(knowledge)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 건강정보를 습득-이해-평가-활용하는 통합적 모델(integrated model)로 발전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건강영역 전반에 확장할 수 있는 개념으로 특히 치매에 대한 적용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현재로서는 질병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치매에 대한 예방적 접근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점입니다. 특히 치매는 단기간의 증상발현을 지연시키는 만으로도 사회와 공공보건시스템에 미치는 부담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으며,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르신 뿐만 아니라 어르신 보호자, 관련 종사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치매 예방활동들은 단기간의 증상발현을 지연시키며, 치매 진단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합니다. 이는 개인의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건강불평등을 감소시키며,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건강정보이해능력에 대한 통합적 모델을 치매영역으로 확장하면, 치매에 대한 지식(Knowledge)를 높이는 것을 넘어서 치매에 정보를 ‘습득-이해-평가-활용’의 4가지 차원에서 재정립할 것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저자는 치매정보이해능력(Dementia Literacy)라는 명칭을 새롭게 부여하고 이에 대한 개념 및 측정방법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치매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습득능력(Access or obtain information relevant to health and dementia)’ 2) 습득한 치매관련 정보의 의미와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이해능력(understand information relevant to health and dementia)’ 3) 습득한 정보의 이해를 바탕으로 정보의 신뢰성과 유효성을 판단하는 ‘평가능력(appraise, judge or evaluate information revelant to health and dementia)’ 4) 습득, 이해, 평가능력을 기반으로 건강정보를 자신의 건강 예방과 증진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활용능력(apply or use information relevant to health and dementia)’을 말합니다.
2012년 치매유병율 조사에서 치매인식도 수준은 100점 만점에 64.7점 수준으로, 2008년 60점에 비해 높아지고 있으며 2018년 75점 2020년 80점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치매인식도 수준의 증가는 그간 중앙치매센터의 체계적인 교육과 홍보, 정부의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 수립 등의 정책적 노력의 의미있는 결과로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치매에 대한 지식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치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고 실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적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제안합니다. 치매위험도가 높은 사회경제적?신체적 위험요인 등 개인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함으로써 정확한 정보 획득과 활용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문제를 먼저 경험한 미국, 호주, 영국, EU 등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치매이해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취약노인, 인종소수자 등에 치매(알츠하이머 질환 포함)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실천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정책적 발굴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mnemonic SPEAK(Speech, Perception, Education, Access, and Knowledge)’ 프로그램으로 치매노인과 보호자가 건강과 관련하여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건강정보와 서비스를 찾고, 이해하고, 평가하고, 의사소통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스크리닝 테스트보다 어르신 환자 및 보호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부끄럼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Fotonovelas 프로그램’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미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알쯔하이머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만든 시나리오형식의 프로그램(24페이지의 사진형식으로 된 드라마방식의 이야기)을 통해 교육에 활용하게 됩니다. 호주에서는 Brain Body Life 프로그램을 통해 알츠하이머 위험군에 속하는 중년층을 대상으로 12주간 온라인을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치매에 대한 이해능력 향상, 치매감소요인 교육, 신체적?인지적 생활양식, 식습관의 변화를 이끌어내어 치매 위험요인 감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어르신의 40%는 건강정보를 이해하고 일상생활에서 이를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노인 중에서도 여성 독거노인이며, 경제상태가 좋지 않은 취약계층이 더 위험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료에 대해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치매예방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중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지역사회의 어르신 건강과 관련된 보건소, 노인복지관, 치매센터, 요양병원 등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개인의 특성을 토대로 치매에 대한 지식을 아는 것에서 넘어 치매를 극복할 수 있는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맞춤형 치매예방 및 교육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것을 제언합니다.